작업             약력

눈꺼풀 안에서 (An den Lidern)

2024
여러 겹의 트레이싱지에 아이섀도

사진: Pia Treiber

나는 눈을 감은 채 손끝으로 눈꺼풀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잔상을 관찰한다. 그것은 눈의 내부적인 지각 영역에 나타나는 덧없는 비물질적 빛의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불안정하고 주관적이며, 그것을 지각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시각적 인상을 트레이싱지 위의 드로잉 행위로 직접 옮긴다. 아이섀도로 물들인 손끝을 도구 삼아, 눈을 감았을 때 나타나는 내면의 빛의 흔적을 물질적인 표면으로 옮기고, 눈 안의 어둠 속에 머물던 것을 바깥으로 끌어낸다.

한 장의 종이가 이러한 움직임과 색의 흔적으로 채워지면, 같은 과정을 또 다른 트레이싱지 위에서 반복한다. 이후 여러 장의 종이를 겹쳐 놓으면 다층적인 이미지 공간이 형성된다. 완성된 작업은 물질적으로는 정지된 형태를 이루지만, 각각의 층이 중첩되면서 처음의 움직임이 지닌 역동성은 그 안에 남아 있다.

이렇게 여러 행위의 흔적을 물리적으로 겹쳐 놓음으로써, 덧없는 지각이 하나의 층으로 침전되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드로잉은 외부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난 지각을 물질적인 현존으로 옮기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경계를 고정된 분리가 아닌, 서로 스며들 수 있는 관계로 바라보고자 한다.